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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윤동주 - 참회록
    일상 2016. 10. 18. 15:03

    윤동주 - 참회록


  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

  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

  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

    이다지도 욕될까.

     

    나는 나의 참회(懺悔)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.

    ― 만(滿) 이십사 년 일 개월을

       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.

     

   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

   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(懺悔錄)을 써야 한다.

    ― 그 때 그 젊은 나이에

       왜 그런 부끄런 고백(告白)을 했던가.

     

   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

  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.

     

    그러면 어느 운석(隕石)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

  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

   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.


    --


    나의 거울을 닦자 라는 슬로건은 위에 내용에서 영감을 받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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